2008년 01월 05일
일단 페이트 제로 성우진에 대한 정보가 떠서 그에 대한 내 의견과 성우분들이 각각 맡으셨던 배역을 덧붙여보았다. 내 의견은 아주 살짝 덧붙인 정도니 너무 기대는^^;; (진한 글씨는 본 적이 있는 작품표시)
이어지는 내용
# by 카타나 | 2008/01/05 00:10 | [잡담] 마음의소리 | 트랙백 | 덧글(3)
2008년 01월 01일
궁도부에 다다랐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기합소리나 고요함이 아닌 비웃음이 들려왔다. 궁도부에서 비웃음이 나올 소재가 있으려나.
이상한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한 남자부원을 중심으로 여러 여자부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허나 그것은 표면적일 뿐 내면은 그 남자 부원이 비웃음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이. 과녁은 저기라고. 도대체 눈은 어디다 달고 있는 거야. 여기 계신 숙녀님들 보기 부끄럽지 않아?」
신지의 커다란 야유와 바람을 잡는 듯한 행동. 비웃음을 당하고 있는 남자부원의 처음 활을 잡은 듯한 어색함. 대충이나마 예상이 간다.
「선배?」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사쿠라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궁도부에 있는 것이 그렇게 어색한 모습이려나?
「사쿠라. 미츠즈리는 어딜 간 거야?」
그런 내 말에 사쿠라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하긴 미츠즈리가 있었다면 신지가 이런 일을 독단으로 벌일 수 없었을 테지.
내가 굳은 표정으로 신지에게 다가서려 하자 사쿠라는 내 옷깃을 잡아왔다. 허나 난 가볍게 사쿠라의 손을 잡아서 내려놓곤 인파 속으로 들어선다.
「신지. 뭐하는 짓이냐?」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분위기가 묘하게 변해간다. 신지 녀석의 얼굴을 보아하니 설마 내가 이곳에 있었을 줄은 몰랐는지 놀람으로 가득 찬 표정이다.
「에..에미야. 네가 어째서 여기에?」
「못 올 곳에 온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다 치고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냐?」
그런 내말에 신지는 잠시 얼굴을 굳혔으나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확실히 못 올 곳은 아니지. 환영하마. 에미야.」
「그건 됐고 아까 전 말에 대답을 해봐.」
「별거 아니다. 부주장으로써 부원에게 훈수를 두고 있을 뿐이니까.」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으나 아주 명분이 없는 말은 아니었다. 비록 누가 봐도 신입부원을 비웃기 위한 행동들이 분명했지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이에게라면 변명으로써는 충분하다.
「훈수란 말이구나.」
「..하하. 그래 이해하겠지. 에미야.」
내가 화를 내지 않고 넘어가자 신지 또한 어색하나마 웃음을 지었다.
「어이. 이게 무슨 짓들이야.」
갑작스럽게 들려온 외침. 그와 함께 이 궁도부의 주장인 미츠즈리 아야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사쿠라가 부르러갔던 것이겠지.
「별거 아니야. 부주장으로써 부원에게 훈수를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에미야가 나타나서 흐트러진 것뿐 이니까.」
예상대로의 변명을 하며 은근슬쩍 책임을 내게 돌리는 신지의 말. 생각대로긴 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기분이 좋지 않다.
「에미야 정말이야?」
미츠즈리도 내가 이곳에 있었던 것에는 놀란 듯싶었다. 허나 그럼에도 자연스레 내게 해명의 기회를 주면서 주장으로써의 위신을 내보였다. 역시 내가 알던 미츠즈리답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내 말에 여전히 의문을 품는 미츠즈리의 모습. 설마 내가 그렇게까지 말할 줄 몰랐는지 놀란 신지의 모습. 허나 다 예상 범위다.
「자 다들 이렇게 모여 있지 말고 흩어져」
미츠즈리의 말에 다른 부원들은 눈치를 살피더니 빠르게 흩어져 갔다. 그들로써도 미츠즈리와 같이 나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았을 것이다. 허나 그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끝은 아니니까.
「미츠즈리. 요새 궁도부의 실력은 어때?」
「글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할까. 그건 그렇고 에미야 무슨 바람이 분거야? 그렇게 오라오라 해도 오지도 않던 궁도부에 다 오고.」
「아. 오랜만에 활이 쏘고 싶어져서 말이야.」
그런 내 말에 처음에는 ‘에?’하는 말을 흘리는 미츠즈리. 허나 곧장 내 말의 의미를 깨달고는 기대감으로 가득찬 표정을 비추었다. 그리고 미츠즈리와는 다른 생각이겠지만 옆에 듣고 있던 신지의 표정도 급격히 변해갔다.
「에미야. 너 드디어 마음을 잡았구나!」
「자..잠깐. 에미야 너 그게 무슨 헛소리야. 활을 다시 쏘고 싶다니.」
「그 말 그대로야. 병상에 누워있을 때부터 생각해봤는데 막상 학교에 나오고 나서 결심이 섰다고 할까. 어때 미츠즈리 가능할까?」
「가능하고말고. 오늘만이 아니라 언제든지 환영이다.」
「자...잠깐. 난 용납 못해. 에미야는 궁도부원도 아니잖아. 그런 녀석에게 활을 쏘게 하다니 제정신이야? 이건 부주장으로써 절대 용납 못 해.」
신지의 거친 외침. 순간 주변 부원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아진다.
「이봐 신지. 너도 알다시피 에미야는 전 궁도부원이었어. 그런 에미야가 실수 할리 없...」
「흥. 미츠즈리 잊고 있나 본데 이 녀석은 퇴부 신청을 해버린 녀석이야. 그런 녀석의 잠.깐.의 변덕에 궁도부실을 빌려주고 활을 쏘게 해주자고? 이건 우리 궁도부를 모욕하는 거나 다를 바 없는 발언이라고.」
「그건...」
신지의 저 말은 사심이 가득하긴 했으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니 부주장으로써 그런 그의 주장은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기 충분하다. 오히려 이대로라면 나뿐만 아니라 내 편을 들어준 미츠즈리에게도 악영향이 가겠지. 신지 녀석. 내게 피해를 주는 것까지는 참았지만 미츠즈리 마저 곤란하게 하다니.. 이대로 두어선 곤란하다. 그렇다면...
「아 아직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안정 되는대로 다시 궁도부에 들어오고 싶은데.」
「뭐?!」
그런 나의 말에 신지의 얼굴이 경악으로 가득해진다. 그에 반하여 다시 회심의 미소를 되찾는 미츠즈리.
「신지. 에미야의 말 들었겠지. 사실 그가 퇴부 했던 것도 피.치.못.할.사.정에 의한 것이었으니 그가 이제 다시 돌아온데 해서 반대할 사람도 없을 거야.」
「이..이...이건. 아...좋아. 좋아. 에미야 그럼 이건 어때?」
마치 나를 죽일 듯 노려보던 신지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빠르게 표정을 바꾸더니 정답게 물어왔다.
「비록 피치 못한 사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오래전 퇴부 했던 것은 현실. 사실 우리 부는 다음연도에 있을 훈련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그런데 오랜 기간 활을 놓았던 네가 갑자기 참가하면 우리 페이스가 흐려지지 않을까. 거기다 너 또한 그런 부 훈련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테...」
「그럼 겨루어보자 신지.」
나의 갑작스러운 말에 신지의 말이 멈춘다. 연이어 모두의 호흡마저 멈춘 듯 정적감이 감돈다.
「자..잠깐. 지금 너 뭐라고..」
「네 말은 잘 알았어. 그러니 겨루어보자. 네가 이긴다면 네 말대로 난 더 이상 궁도부에 찾아와 방해하는 짓 따윈 하지 않겠어. 허나 내가 이긴다면 그런 너의 걱정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겠지.」
나의 선언에 궁도부실의 분위기가 급변한다. 어떤 이들은 내 말에 비웃음을, 또 어떤 이는 내 말에 분노하는 신지의 모습에 통쾌함을, 허나 공통된 것이라면 이 사건의 결과의 기대감. 설마 나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까지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
「에미야. 아무리 나라고는 하지만 이미 오랫동안 활을 놓았던 데다 사고마저 겪었던 너를 상대할 만큼 냉정하..」
「신지 설마 두려운 거야? 네 말대로 오랜 기간 활을 놓았던 데다 몇 일전까지는 병원에 있던 나를 상대로.」
그것이 결정타였다. 극도로 분노한 신지는 준비해라는 말을 끝으로 창가로 걸어가 버렸다. 그런 그의 뒤를 나를 노려보던 여자 부원들이 따른다.
「이야 선배 대단해요. 설마 부주장에게 그렇게 까지 말할 줄이야.」
「에미야 너 그렇게 안 봤는데 화끈한걸.」
「선배 힘내세요.」
내가 준비를 갖추는 사이 나와 안면이 있던 녀석들이던 처음 보는 녀석들이던 내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지 녀석 여자 부원들과 달리 남자 부원들 사이에서의 인기는 꽝인 모양이었다.
허나 말과는 달리 그들의 표정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새로운 사건에 대한 기대감과 신지의 분노에 대한 통쾌함을 비추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내가 그를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었다.
확실히 오랜 시간 활을 손에서 놓았던 데다 아까 전 발언대로 병원에서 이틀 전에 막 퇴원한 내가 그를 이길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 거겠지. -허나 이 육체는 사고로 부상입은 이쪽의 나의 것이 아니다.-
「시로 괜찮겠어?」
아무리 내 실력을 믿는 미츠즈리였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이나 내 휴식기를 생각한 걱정이겠지. 허나 그런 걱정에 난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으로 보답했다.
그 후 살짝 고개를 돌리니 사쿠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다른 이들의 입에서는 여전히 내가 승산이 없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덕에 나를 바라보는 사쿠라의 얼굴은.....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 별로 폼 잡을 생각은 없었지만 사쿠라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면.
「걱정하지 마, 사쿠라. 날 믿어.」
그녀의 곁을 지나며 말을 흘렸다. 그런 내 말을 들었던 건지 사쿠라의 시선이 느껴졌다. 허나 이제 더 이상은 말보다는 행동이다.
귀가 길은 역시나 처음 마음대로 사쿠라와 함께였다. 조용히 나를 따르는 사쿠라. 아마 아까 전 일이 나름대로 충격이 컸나보다. 하긴 자신의 오빠와 선배가 싸웠는데 마음이 편치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 사이 놀랍게도 사쿠라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 저 선배의 사(射)를 본건 처음이에요.」
힘겹게 꺼낸 사쿠라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쿠라가 궁도부에 들어올 시점에서 난 이미 퇴부한 상태였으니까. 그럼 쑥스럽지만 소감을 들어볼까?」
「아...정말 멋졌어요. 선배가 활을 잡았을 때 마치 기질이 바뀐 것만 같았을 정도였어요.」
「설마 그 정도 까지려고...」
「정말이에요. 무엇보다 선배의 움직임은 1년 반이나 쉰 사람 같지가 않았어요. 단 한발도 엇나가지 않는 정확함이나 궁도(弓道)의 자세와 마음가짐까지. 아마 오라버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랐을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지.」
사쿠라의 말은 단순히 나를 지켜 세워주기 위해서나 분위기의 전환을 위해 꺼낸 말이 아닌 듯 진심을 담고 있었다. 사실 아까 전엔 사쿠라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괜히 폼 잡는 대사나 날렸나 싶어 쑥스러웠는데 이렇듯 진심으로 말해주니 기쁘다.
「근데 선배. 전에 미츠즈리 선배에게 물어보니 선배가 궁도부를 그만두신 건 어깨의 화상 때문이라던데 그건...어떻게 되신 건가요?」
사쿠라의 말 대로였다. 내가 궁도부를 그만둔 것은 1년 반 전에 아르바이트 중에 무너진 짐 이 떨어져 어깨를 크게 다친 것 때문이었다. 비록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떨어진 짐이 성가신 녀석이라 피부에 크지 않은 화상자국을 입었기에.
물론 부상도 없고 그저 흉터가 생긴 것뿐인데 왜 그만두었느냐 묻는 이들도 있었다. 사실 그들은 몰랐지만 나의 퇴부에는 한 가지 사건이 더 있었다.
우리 학교 궁도부는 격식을 중요시하는 건지, 학생인데도 예사(禮射)를 시켜준다. 남자들이 하는 예사는 오른쪽 어깨만 옷을 걷고, 피부를 드러낸 상태로 과녁을 쏘는데 어깨에 화상 자국이 있는 녀석이 예사를 하는 것은 보기 안 좋지 않느냐는 신지의 지적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신지의 지적과 아르바이트 문제가 겹치며 나는 궁도부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아까 전에도 거론되었던 ‘피치 못할 사정’이다. 허나 난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어찌되었든 그 지적을 난 배려로써 받아들였던 것이다.
허나 사쿠라가 갑작스레 이런 말을 꺼낼 리 없었다. 그 말이 나온 이유는 아마도 내가 단순히 신지와 활을 겨룬 것이 아닌 예사의 방식으로 겨루었기 때문이겠지.
물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예사의 방식으로 겨루었을 리는 없었다. 그렇게 방식을 이끈 쪽은 신지.
내가 궁도부를 그만둔 이유를 모를 리 없을 신지가 갑작스레 예사와 같이 오른쪽 어깨의 옷을 걷고 승부를 겨루자고 했던 것이다. 그 순간 서로 좋게 끝내고자 했던 내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미츠즈리나 내 사정을 아는 이들은 그런 신지의 말에 반대를 표했었다. 허나 막상 당사자인 나는 담담하게 옷을 걷어냈다. 그렇게 내 어깨가 드러났고..
「말도 안되!」
신지의 외침. 그런 모습에 내 퇴부에 관한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여전히 의문스러운 표정이었으나 그 사건의 전말을 아는 이들은 표현은 안했어도 신지와 마찬가지 심정이겠지.
그도 그럴 것이 내 어깨에는 아무런 흉터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그런 흉터 따위 사라진지 오래였다. 글라우코스의 치료마술이라면 흉터 따위 남길 리가 없으니까.
「그럼 내가 먼저 쏠게.」
이후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아무런 잡념 없이 사(射)에 집중했고 결과는 백발백중. 신지는 내 어깨 흉터의 부재나 내가 낸 결과에 기가 죽었던 건지 이래저래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결과는 압도적인 내 승리. 신지는 결과에 대해 변명을 해했지만 불원승자(不怨勝者 : 이긴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의 원칙에 의해 결국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승부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사실 아버지 친구 분 중에 의학에 종사하시는 분이 계셔서 도움을 받았어. 하지만 이 정도까지 흉터 하나 없게 치료해주다니, 그땐 정말 나도 놀랐다니까.」
「아. 그랬군요. 정말 대단한 분이시네요.」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드디어 사쿠라와 말이 트였다. 이 기회를 놓치면 또 싫은 침묵이겠지.
「사쿠라.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배가 고픈걸. 빨리 집에 가서 식사라도 하자고.」
「예. 선배.」
다행히 우울한 기색을 비추던 사쿠라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됐다. 일단 저 웃음만이라도 되찾았으면 된 거다. 여기서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사치니까.
씻고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맛있게 냄새가 풍겨온다. 오늘의 저녁의 메인 디쉬는 ‘치킨 크림 찜’. 양식을 특기로 하는 사쿠라의 주 요리 중 하나였다.
「시로. 빨리 앉아.」
후지 누나는 시선만으로도 닭을 먹어치울 듯 나를 재촉했다. 아마 저런 반응을 보아하니 후지 누나의 귀엔 오늘 있던 궁도부 사건이 들어가지 않았나보다.
「후지누나 너무 재촉하지 않아도 돼. 음식이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따뜻할 때 먹어야 제 맛인걸~.」
「뭐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식은 음식이라고 마다할 후지누나가 아니잖아.」
후지 누나와 나는 이후에도 말다툼?을 벌였으나 사쿠라가 자리에 앉음에 따라 자연스럽게 종료.
「잘 먹겠습니다」
「입맛에 맞으면 좋겠어요.」
사쿠라의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씹는 감촉이나 맛과 향.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으니까.
「어때요 선배? 저, 오늘 건 잘 됐다고 생각하는데....」
「흠 잡을 데 없어. 소스도 절묘하고. 이제 양식으로는 사쿠라를 못 당하겠는 걸」
「응응, 사쿠라가 밥 해 주게 되고 나서, 고기 요리들이 맛있어졌어.」
지금까지 식사에 전념하고 있던 후지 누나가 갑작스레 말을 꺼내왔다. 그것을 시점으로...
「시로. 아무리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좋지만 네 몸을 생각해야지. 이제 막 퇴원했으면서 말야.」
아무래도 후지 누나의 말은 사쿠라와 하교하는 길에 무거운 물건을 지고 가는 아저씨를 도왔던 행동 때문이겠지.
「별로 무겁지 않았어.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서 나쁠 거 없잖아.」
「물론 교사로써나 보호자로써 시로의 행동을 칭찬해 마땅하겠지만 이런 때 정도는 빨리 돌아와도 좋잖아. 퇴원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다 최근엔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다고 HR에서 말했잖아. 그거 사실 시로한테 한 말이란 말야.」
「하? 일부러 HR에서 말하지 않아도, 집에서 하면 되는 거 아냐?」
「여기서 말해도 안 듣잖아. 학교에서 확실히 말하는 쪽이 시로한테는 효과적인걸.」
「선생님, 그건 직권남용이라고 할까, 공사혼동이라고 생각하는 데요.」
「아니, 그 정도 하지 않으면 시로는 안 돼. 항상 다른 사람 도와주기만 해서 손해보고 있으니까 말야. 가끔은 곧바로 돌아와서 한가롭게 지내도 되잖아, 바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행동은 아니었잖아. 좋은 거 아냐? 다른 사람을 돕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이 도움을 받는다면 손해 같은 거 안 보는 거라고.」
「하아, 키리츠구 씨를 닮은 걸까. 시로가 그래서야 누나는 걱정이야」
말과는 다르게 여전히 식사에 열중하는 행동. 도대체 저 행동의 어디가 걱정하고 있다는 걸까.
「저, 후지무라 선생님. 지금 얘기를 듣자니, 선배는 옛날부터 그랬던 거예요?」
「응, 옛날부터 그래. 곤란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쪽에서 손을 내미는 타입. 하지만 쓸데없이 참견하는 게 아니라, 시로는 말야, 그저 조숙한 거야」
후후후 거리며 어쩐지 불온한 웃음을 흘리는 후지 누나. 물론 그쪽에서였다면 당연히 중단시켰을 말이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궁금하다. 이쪽의 나는 과연 어떠했을까?
「후지무라 선생님, 이야기를 계속해 주세요.」
자세를 바로 잡고, 진지하게 수업을 듣는 사쿠라. 나도 행동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나마 정좌를 취한다.
「그럼 얘기해 버려야지. 사실 시로는 곤란해 하는 사람을 내버려두지 못하는 성격인 거야. 약한 자를 돕고 강한 자를 꺾는다는 거. 어릴 적에 쓴 작문엔 말야, ‘내 꿈은 정의의 사도가 되는 것입니다’였다니까」
으음. 이쪽의 나도 나와 마찬가지로 정의의 사도를 목표로했었구나.
「우와아. 굉장한 애였군요, 선배」
「응, 굉장했어. 훠―월씬 나이 많은 남자애한테 괴롭힘 당하고 있는 여자애가 있으면 구하러 갔고, 키리츠구 씨가 귀찮아서 안 했으니까 가사도 열심히 했고」
물론 나야 데이모스로부터 받은 엄청난 훈련 덕에 어린 시절부터 내 또래들을 능가하곤 했었다. 그렇기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으나 그러한 훈련을 받지 않았던 이쪽의 나에게 있어서 그건 정말 대단한 행동이었겠지.
「아, 그 때는 귀엽고 순진했었는데, 그런 애가 어째서 이런 심성이 꼬인 애가 돼 버렸을....근데 시로. 어째서 네 이야기인데도 마치 다른 사람이야기인 마냥 열심히 듣고 있는 거야?」
그런 후지 누나의 말에 순간 움찔한 나였으나 자연스럽게 받아친다.
「너무나 오래전 일인데다 다른 사람의 입은 통해서 듣기는 처음이니까.」
「헤에 그렇구나. 사쿠라쨩, 한 그릇 더」
후지누나는 그렇게 세 그릇 째 밥공기를 슥 내밀었다. 저 사람 과연 내 말을 듣기나 한 걸까...
오늘따라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친 덕에 시계바늘은 막 8시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 시간이라면 사쿠라를 데려주기에 충분하다.
요즘 들어 사고가 다발인데다 아까 전 tv에서 본 바론 강도사건마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어수선한 시기에 여자애 혼자 밤길을 보낼 수는 없다.
「사쿠라 마중해줄게.」
그런 내 말에 당황한 듯 사쿠라는 손을 저어댔다.
「아..아니에요. 저 혼자 갈수 있는걸요.」
사쿠라가 거북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선배 신경써주셔서 고맙지만 푹 쉬고 계세요. 집에 가는 길 정도라면 익숙하니까요.」
「요새 들어서 계속 안 좋은 사건들만 일어나니까 걱정되어서 그래.」
「...하지만 오라버니가 보면 선배에게 폐를 끼치는 걸요. 거기다 오늘 사건도 있었고..」
확실히 신지 녀석 사쿠라가 이곳에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다 표면적으로는 후지 누나 네에 가는 걸로 되어있으니 신지도 강하게 나올 수 없다지만 내가 데려다주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트집잡히는 건 상관없지만 신지 녀석 성격상 사쿠라에게 화풀이라도 하면 곤란하다. 거기다 사쿠라의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상 근처까지 데려다 준다는 수법은 통하지 않겠지.
무엇보다 오늘은 신지와의 그런 사건마저 있었다. 그런 상황에 내가 찾아갔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내가 바래다줄게. 어때 사쿠라쨩?」
때맞추어 나타난 후지 누나. 여자애 혼자 밤길을 걸으면 위험하다고 해놓고 더 여자를 늘리다니 이건 좋지 못하다....지만 궁도부 고문이라는 신분에 후지 할아버지에게 배운 검도 5단의 실력까지. 역시나 후지 누난 평범한 여자는 아닌 것이다.
「예. 후지무라 선생님만 좋으시다면.」
「그럼 부탁할게. 후지 누나」
「아 맡겨줘.」
후지 누나는 미소를 짓고는 현관으로 달려갔다. 그 뒤를 따라 나서는 사쿠라.
「저기 사쿠라.」
「예? 선배 무슨 일이세요?」
「오늘 저녁 맛있게 잘 먹었어. 항상 고마워.」
그런 내말에 사쿠라는 처음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곧장 미소를 지어주었다.
「예. 폐만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힘낼게요.」
그런 사쿠라에게 다가가 내 손가락을 사쿠라의 볼에 가져간 뒤 기이한 모양을 그렸다.
「저, 서..선배?」
「나쁜 일로부터 지켜주는 가호래. 좋은 밤 되렴. 사쿠라.」
그런 갑작스러운 기습에 사쿠라는 얼굴을 붉히더니 인사와 함께 후다닥 모습을 감추었다. 사쿠라에게 해준 주문은 비록 마술까지는 아니었지만 데이모스가 알려준 민간주술이었다. 분명 효과가 있을 거다.
「자 그럼..」
아무리 후지 누나에게 맡긴다고는 했지만 후지 누나도 일단은 여자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거기다 앉아서 불안해하는 건 내 성미에도 안맞는 것이다. 결국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역시 비밀호위무사 역이겠지.」
그렇게 난 조용히 문을 잠그고는 후지누나와 사쿠라의 뒤를 따랐다. 마음을 안심시키는 거야 가호만한 것도 없지만, 안전만큼은 직접 확인하는 것만하겠어.
다행히 아무런 일은 없었다. 두 사람 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던 것이다. 비록 내가 한 행동은 헛수고가 되었지만 그렇기에 기쁘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밤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는 그 순간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그 기척의 질이 가볍다. 분명 상대는 여자. 허나 어리다. 그것도 굉장히.
그런 내 짐작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이쪽을 어린 아이의 인형이 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소녀를 본 순간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은색 머리카락. 허나 어색하기 보다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런 소녀가 천천히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다. 그렇게 한참 내려오던 소녀는 내 옆을 지나갈 시점에서...
「빨리 안 부르면 죽을 거야, 오빠」
이상한 말을 했다. 여러 사건들 덕분인지 아무도 걷지 않는 밤거리. 그곳을 혼자 걷는 은발의 소녀. 그리고 알 수 없는 말이라...
무언가 어색함 그 자체였지만 그 소녀만큼은 오늘 처음 보는 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익숙했다. 마치 누군가와 닮은 듯한...허나 그렇게 떠오른 이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키리츠구(아버지)?」
아니 왜 은발의 소녀에게서 키리츠구의 얼굴이 스쳐지나갔을까. 그건 그런 생각을 한 나조차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루가 끝났다. 심야 0시 전. 이 시간은 내가 평범한 에미야 시로를 벗어던지고 마술사 에미야 시로로 돌아가는 시간.
오랜 기간의 수련 덕인지 단번에 집중했다. 마치 총의 격철을 당기는 느낌과 동시에 마술회로가 가동(on)한다.
「기본골자 해명. 구성재질 해명. 기본골자 변경. 구성재질 보강.」
순간 손에 든 나무토막의 보아서는 알 수 없는 비어있는 틈을 따라 마력이 흘러든다. 순간 나무토막은 마치 쇠 덩이와도 같은 단단함을 머금었다. 완벽하다. 강화의 경우는 그토록 오랜 기간과 훌륭한 사부 밑에서 배워왔다. 이 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곤란한 것이다.
허나 조금도 뽐낼 생각이 들지 않는다. 훌륭한 사부 밑에서 배울 경우 그 경험을 이어받아 단기간 안에 성과를 얻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허나 그런 만큼 목표는 더욱 높아진다. 어느 확실한 목표가 없을 때는 그저 성공 이후엔 익숙함을 목표로 한다지만... 이미 난 보고만 것이다.
최고 경지의 강화마술을. 최고의 강화술사를. 그런 이상 강화에서 만큼은 그가 내 목표다. 단순히 익숙해진 것만으로는 목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강화를 시도한다. 이번에는 나무가 아니다. 이번은 내 육체다. 과정은 나무토막의 강화 때와 같다. 단지 실수 할 때는 마술실패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그때는 강화가 아니라 파괴되어버릴 것이다, 내 육체가....
이제 된 것 같다. 마술의 흐름이나 변화 면에서 거의 완벽하다. 그렇다면.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는 짧은 기합성과 함께 주먹으로 아까 강화한 나무토막-쇳덩이-을 내리쳤다.
챙.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놀랍게도 나무토막이 우그러들더니 이윽고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내 육체의 강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무토막의 강화가 풀려버렸던 것이다.
「성공이다.」
말 그대로 성공했다. 전번 보다 빠르게 자신의 육체 강화를 해낸 것이다. 이제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이섰다.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강화에서 끝나선 안 된다.
내 목표는 정의의 사도. 내 목표는 마술사. 내 목표의 종착점은 모두를 구하는 마술사.
아까 전 후지 누나로부터 들었던 이쪽 세계의 나. 그도 비록 반쪽짜리긴 했지만 정의의 사도가 되기 위해 모두를 구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왔다.
그것은 후지 누나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이코메트리 마술을 통해 본 이쪽의 나의 흔적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지금 내가 쉽게 해냈던 물체의 강화를 위해 목숨을 걸었었다. 마술회로를 하나라도 만들어내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물론 이미 마술사가 된 내 입장에서 보면 그의 행동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허나 그의 노력을, 그의 꿈을 위한 행보를 난 비웃을 수 없다. 되어야만 한다. 평생이 걸려도, 목숨에 위협을 느껴도 포기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힘이 없는 이가 과연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그건 욕망 없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겠다는 말과도 같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모두를 구할 힘을 지닌 마술사가 되겠다!
‘남을 구한다는 건 결국 간섭해버린다는 것. 허나 그런 간섭은 언제나 사건을 불러오지. 그리고 그것은 결국 널 파멸시키지도 모른다는 거다.’
알고 있다. 허나 그렇다 해도 포기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구하지 않는다는 것. 정의의 사도라는 것은, 엄청난 에고이스트인 거다.’
「알고 있다. 허나 그런 한계. 내가 극복해 보이겠다!」
됐다. 그 각오다. 그 각오를 잃지 않으면 되는 거다. 그럼 언젠가는 이곳에서 한 결심이 빛을 발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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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에게 무르지 않은 이른바 덤비면 가차없는 시로되시겠습니다. -원편에선 다음날 미츠즈리에게 들었던 신지의 악행. 그것을 직접 목격한 시로라고할까요^^.- 아마 다음화 안에 일상은 마무리가 되고 본편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 일상을 지루하게 보고 계신 분들에게는...죄송. 성배전쟁은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닷~!
작성일 : 2007년 8월 9일
# by 카타나 | 2008/01/01 17:46 | [팬픽] '페이트(Fate)' | 트랙백 | 덧글(4)
2008년 01월 01일
어린 시절 아버지-키리츠구-를 보며 맹세했었다. 정의의 사도가 되겠다고. 그리고 모든 사람을 구하고 겠다고.
‘그건 어려워. 시로가 하는 말은, 누구나 전부 구한다는 거니까 말이야. 시로.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구하지 않는다는 거야. 알겠니, 정의의 사도가 구할 수 있는 건 말야, 정의의 사도가 구했던 자 뿐인 거야. 당연한 거지만, 이게 정의의 사도가 가진 정의란다’
그런 내 말에 키리츠구는 그렇게 답변해주었다. 물론 그의 말은 옳다고 생각한다. 허나 그런 현실이 싫었다. 왜 모두가 행복해지면 안 되는 것일까.
확실히 나의 생각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허나 난 불가능하다해도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안 된다. 어린 시절의 그 불바다 속에서 그리고 지금도 가지고 있는 이 후회를 다시 는 하고 싶지 않다.
현실을 뛰어넘는 거다. 신비를 행사하고 근원에 다가서고자 하는 마술사라면 정의의 사도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랬기에 이번에야 말로 확신에 차 말했다. 마술사가 되겠다고.
허나 키리츠구는 이번에도
‘마술사는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존재일 뿐이란다. 네가 단순히 마술을 익히려 하는 거라면 몰라도 진정한 마술사가 된다면 결국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라고 말했다. 허나 이번만큼은 나도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나는 남을 돕는 모든 이를 구하는 마술사가 되겠다고. 그런 내 말에 키리츠구는
‘꿈같은 말이다. 하지만...’
물론 부정적인 말이었지만 그의 말끝에는 그것을 이룰 수 있었으면 이라는 기원이 담겨 있었다. 그런 그의 기원을 듣는 순간 더 이상 내 마음 속의 흔들림은 사라졌다. 나는 마술사가 될 것이다. 그가, 내가 그토록 바라는 모든 이를 구하는 마술사가 말이다.
「으윽」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무리 잠이 없는 나라지만 몇일 동안의 밤샘작업은 무리였던 게 분명했다. 허나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방 같지도 않았던 이 광(창고)을 비록 어설프긴 하지만 그래도 공방이라고 말할 수 있게 바꾸어놓은 것이다.
「으음 이 세계의 나는 반쪽짜리였구나.」
허나 그런 나를 비웃지 않았다. 나 또한 다른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쪽 세계의 나처럼 반쪽짜리가 되었을 것을 알기에.
사실 나는 마술사가 되겠다고 맹세했지만 원래부터 마술가계의 아이도 아니었으며 키리츠구와는 피도 이어져 있지 않았기에 그의 마술각인을 이어받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유일하게 해낼 수 있었던 ‘강화’에 의지하여 보내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그것도 한계에 다다르고야 말았다. 허나 그런 나에게 손을 내민 이가 있었다.
가끔씩 아버지 집을 찾아오는 친우였던 글라우코스와 데이모스라는 이름의 마술사(그 이름이 진짜 이름인지는 지금에 와서도 모르겠다). 그 둘은 나를 보곤 어디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흔쾌히 아버지의 마술각인을 이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이 키리츠구를 설득하기 시작한지 한 달. 어느 날 키리츠구는 내게 정말 마술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던져왔고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키리츠구는 얼굴을 굳혔지만 결국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후 키리츠구와 나, 그리고 두 마술사가 모여 의식이 치러졌다. 데이모스는 나와 키리츠구 그리고 글라우코스의 동조를. 그리고 의식이 무르익을 무렵 내 신체가 그 반동을 견딜 수 있게 자신과도 동조를 시행했다.
그 사이 글라우코스는 자신이 지니는 속성인 ‘간섭’과 ‘변화’를 이용하여 아버지의 마술각인을 내 체질에 맞게 또한 나의 신체를 최대한 그 에미야 가의 마술각인에 맞게 변화시켰다. 그리고 간섭했다. 원래대로라면 이어질 수 없는 것을 이어질 수 있게 간섭하고 변화시켰다.
그러한 신비에 다다른 작업을 시작한지 4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의식이 겨우 끝을 맺었다. 네 사람 다 극도로 심약해진 상태였지만 아무런 부작용 없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모두가 안도감을 비출 뿐이었다.
그렇게 키리츠구의 마술각인을 이어받고, 그의 마술회로의 일부를 이식받은 난 그 덕에 무사히 마술사로써 길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의식 중에 키리츠구 뿐만 아니라 글라우코스, 데이모스의 마술각인과 기원의 일부마저 내게 흘러 듬에 따라 내 육체가 커다란 변화를 겪었음을 알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에 부작용이 따르지 않을까 했지만 글라우코스의 관리 덕에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뒤에도 둘은 키리츠구와 더불어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키리츠구가 죽은 후에도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결국 난 나 자신만이 아닌 네 사람 분의 노력을 통해 마술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난 최소한 네 사람분의 마술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꿈과 키리츠구의 의지를 잇기 위해서 모두를 구하는 마술사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노력했기에 지금에 내가 있을 수 있었다. 허나 아직도 난 네 사람 분의 마술사로써는 멀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모두를 구하는 마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할까.
「근데 이쪽 세계의 나는 어찌 된 거지?」
후지 누나의 말에 의하면 이쪽 세계의 나는 차에 치힐 뻔한 어린아이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아이를 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리에서 떨어졌다고 했던가. 아마 그 시점에서 나와 그 사이에 무언가가 있었던게 분명하다. 그 후 다행히 물가에 떨어져 다른 곳의 부상은 면했지만 머리에 상당한 충격을 받고 일주일간 혼수상태하지만...이것은 이쪽 세계 내가 아닌 나 자신이었겠지.
처음에는 혼이 바뀌기라도 한 건가 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봤지만 이 몸에는 분명히 키리츠구로부터 받은 마술각인이 새겨져있었다. 거기다 내 목에는 글라우코스로부터 받은 마술예장 테사우로스(thesauros)가 걸려있었다.
결국 이 육체는 내 것이 분명하다는 이야기. 그렇다는 건 내 육체가 이쪽 세계로 넘어온 시점에서 이쪽의 나는 그 반동으로 다른 세계로 튕겨져 나갔다는 이야기겠지.
그러한 상념에 사로잡혀있는 사이 문가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발걸음이 가볍지만 꾸며졌다기보다 자연스러운 걸로 보아 여자가 분명하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광을 찾아오는 여자 손님이라면 단 한 명밖에는 없겠지.
「선배. 일어나셨으면 식사하러 오세요.」
「아. 미안 사쿠라 식사준비 도왔어야 하는 건데, 오늘 따라 늦잠을 자버려서 말이야.」
「아니에요 선배. 선배는 퇴원하신지도 얼마 안 되셨잖아요. 그리고 부활동도 하지 않는 데도 이 시간에도 일어나다니 충분히 일찍 이라고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긴 한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사쿠라야 말로 부활동도 있으면서 식사준비까지. 너무 일찍 일어 나는 거 아니야?」
「아..그런 말마세요. 제가 좋아서 하고 있는 걸요.」
얼굴을 붉힌 체 고개를 젓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이쪽 세계의 사쿠라나 내가 있던 곳의 사쿠라나 괴리감이 없기에 대하기도 편했다.
「하하. 그렇게 얼굴을 붉히니까 사쿠라도 귀여운걸.」
나의 말에 사쿠라의 얼굴이 붉어진다는 수준을 넘어서더니 허겁지겁 몸을 일으켰다.
「아..저 시..식으니까 빨리 오세요.」
말을 마친 사쿠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 버렸다. 으음. 평상시나 다를 바 없는 말이었는데. 이쪽의 사쿠라는 부끄러움이 심한가 보다. 내가 있던 쪽의 사쿠라도 분명 쑥스러워하긴 했지만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아니다. 분명 그쪽의 사쿠라도 처음에는 저와 같은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역시나..
「사쿠라의 적응의 차이일까? 아니면 역시 이쪽의 나는 다르다는 것?」
사실 내가 이러한 성격이 되버린 것은 내 사부들 중 하나였던 데이모스의 영향이 컸다. 데이모스 그는 내게‘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죄악이겠지’라고 항상 말해왔다.
사실 어렸을 때는 데이모스의 뛰어난 말솜씨에 ‘그..그런거구나’하고 감탄해버렸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참 낯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는 녀석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그럼에도 내 자신의 행동에 거부감을 못 느끼는 나 또한 뒤틀린 거겠지.
「하지만 역시 그때의 사쿠라 얼굴 귀여웠어.」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광을 벗어났다.
마치 도망치듯 뛰어 가버린 사쿠라였으나 식사준비 만큼은 착실하게 해내고 있었다. 내가 식탁에 왔을 땐 도울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식탁에 다가서자 말없이 밥그릇을 건넨 사쿠라는 조신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앉는 것을 계기로 난 훌륭한 아침상에 만족하며 젓가락을 놀렸다. 다른 음식들 모두 훌륭했지만 특히나 마지막에 맛본 연어구이의 맛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이래서는 스승의 자리가 위태롭겠는걸.
「음. 이 연어구이 정말 맛있는데.」
그런 내 말에 언제 쑥스러워 했냐는 듯 사쿠라는 기쁘게 미소 지었다. 음 역시 얼굴을 붉히는 모습도 귀여웠지만 확실히 미인은 미소지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데이모스의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허나 여기서의 속마음의 표현은 자제해야겠다. 아직 내 말투에 익숙하지 않은 이쪽의 사쿠라에게는 너무나 자극이 강한 말이될 것이기에. 그리고 데이모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평범한 백마디의 말보다 적절한 순간의 한마디가 더욱 여인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고. 근데 사쿠라의 마음을 설레게 해서 나 어쩌려는 거지....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이틀간의 휴식을 거쳤다고는 하나 공방을 만들기 위해 밤을 센 덕에 쉰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후지 누나와 약속했던 데로 오늘부터는 학교에 나가야 한다.
뭐 나 또한 쉰답시고 틀어박혀 있는 건 적성에 맞지 않는다. 오랜만에 가는 학교, 그리고 이쪽 세계에서의 첫 등교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동이겠지.
「여 에미야. 몸은 괜찮은 건가?」
학생회 실을 들어서는 순간 들려온 인사에 자연스럽게 답사를 건넨다.
「아, 걱정할 필요 없어. 보시다 시피 멀쩡하니까」
「그렇다면 안심했다. 에미야 차라도 한잔하겠는가?」
「준다면야 감사히 마실게.」
「역시 아침에는 혀가 저려올 정도로 뜨거운 차가 좋지.」
아무리 봐도 이쪽 세계의 잇세나 내가 있던 곳의 잇세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성실하고 여전히 수수한 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점에서 또 안심이다.
잇세로부터 대접받은 차를 마신 후 가벼운 마음으로 회실의 스토브 고치기에 몰입했다. 잇세는 오랜만에 학교에 나왔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이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다 한번쯤 마술을 점검해둘 필요가 있다.
이쪽 세계에 온 뒤 이래저래 바빠서 마술 상태를 점검해 보지 못한 것이다. 허나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나보다. 그저 눈을 감고 스토브를 인식한 것만으로도 머릿속으로 이미지가 떠올라온다.
「전열선이 단선되다 만 곳이 두 곳, 전열관은 아직 버티겠고, 전원 코드 쪽은 절연 테이프로 어떻게든 되겠지.」
물론 충분히 도구를 써서 고치는 것이 가능한 범위였지만 가볍게 강화를 하는 것으로 작업을 완료했다. 사실 마술각인을 이어받기 전부터 유일하게 강화만은 가능성을 보였던 나였기에 정식 마술사가 된 이후에도 강화에 집착해왔다.
사실 강화란 마술이 기초 중의 기초면서도 극의에는 다르기 어렵다는 아이러니함을 지닌 마술이다 보니 강화에 집중하는 마술사는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볼 때 내 행동은 어찌보면 미련하기 짝이 없을지도 모른다. 허나 내게는 다행히도 그토록 극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강화마술에 극의에 오른 사부가 있었다.
그런 사부와의 수련과 내 적성덕에 지금에와서는 강화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익숙해져있었다. 물론 그 사부를 떠올리면 마술보다는 잡다한 것을 배웠던 추억이 더욱 크다는 생각이 들지만. 수리를 마친 후 가벼운 마음으로 복도를 나섰다.
「잇세, 수리 끝났다」
그 말과 동시에 주위를 보니 복도에는 잇세 외에도 또 한 명 여학생의 모습이 있었다. 잇세와 대화하고 있었던 건 2학년 A반의 토오사카 린. 언덕 위에 있는 주위보다 한층 더 큰 서양식 저택에 살고 있다는 양가집 규수이며, 미인*성적우수*운동신경 발군의 우등생인 것이다.
거기다 결점없는 부분이나 이지적이고 예의 바른 면모, 미인이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는 세밀한 부분까지 이른바 남자의 이상 같은 애라고 한다. 그렇기에 현재 학원 내의 남학생들 사이에서의 그녀는 아이돌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도 남자다보니 그런 그녀에게 호감을 지니고는 있다지만 그것은 일정 한계까지일 뿐. 다른 남학생들처럼 환상을 품거나 무조건적으로 동경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내가 원래부터 그런 녀석은 아니었다. 아마 토오사카 같은 미인을 앞에두고 무덤덤할 수 있는 건 훈련 덕이려나?
전의 세계에서의 나는 훈련 명목 하에 방학 때마다 데이모스를 따라 세계 각지를 돌았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데이모스의 ‘남자는 여자를 알아야 진정한 어른이라 할 수 있지.’란 말에 이끌려 수많은 여성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물론 끝내 데이모스에겐 ‘넌 아직도 애일뿐이다.’란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렇게 시달린 덕에 나름대로의 내성이 길러져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유명한 토오사카 앞에서도 별다른 동요 따윈 없을 수 있는 거겠지.
거기다 이상한 말이겠지만 사실 토오사카를 볼 때 마다 그녀가 미인이다라는 느낌 이전에 전혀 관계가 없는 사쿠라가 떠오르곤 한다. 데이모스에게 시달린 덕에 눈썰미 하나는 쓸 만해진 나였지만 그럼에도 토오사카와 사쿠라의 접점은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내 생각은 미스테리 그 자체였지만.
그렇게 내가 잠시동안의 상념에 빠진 사이 토오사카는 언짢아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들을 보고 있다. 역시나 잇세와 토오사카가 사이가 나쁘다는 건, 아무래도 사실인 듯하다.
「오 빠르군, 에미야. 점점 갈수록 실력이 늘어가는 것 같다.」
호오. 저 토오사카를 깨끗이 무시하고 이야기를 하는 걸 봐선 잇세도 만만치 않은 녀석이니라.
「아. 이 정도야 뭐.」
「뭐 아직도 문제가 있는 곳들이 있긴 하지만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 에미야. 아무리 멀쩡하다곤 해도 사고 후 등교 첫날. 마음을 편히 하는 것이 좋겠지.」
사고에 따른 휴우증이야 전혀 없었으나 피곤한 것은 사실이니 잇세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 그럼 다음에 시간을 내도록할게.」
「하하 그래. 그때도 잘 부탁한다.」
잇세는 그 말을 끝으로 일이 있었는지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역시 학생회장이라는 직책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닌 것이다. 여전히 복도에 남아있던 토오사카의 모습이 보이자 나는 그녀에게 다가섰다. 얼굴을 맞댔는데도 아무말 없이 가버리는 건 실례겠지.
「토오사카. 얼굴 표정이 안 좋은데 아침부터 귀찮게 하는 녀석이라도 있었던 거야?」
자연스러운 질문. 확실히 토오사카와는 친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런 어색함이 침범하지 못할정도의 자연스러움이었다. 역시 데이모스와 함께하며 쌓은 훈련은 이상한 쪽에서 효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아 통재로다.
「어..어?!」
당황스러운 반응. 얼굴의 기색을 보고 대충 찍어맞추었을 뿐인데 놀랍도록 적중한 모양이었다. 으음 이렇게 적중해주면 고맙긴 한데 또 다른 쪽으로 곤란해진다.
여기서 더 대화를 이어봤자 어색함만 생기는데다 심하면 경계심만 불러일으키겠지. 허나 이 정도 선이라면 괜찮겠다.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 그것이 여기서는 최선이다.
「역시 아침은 이래저래 힘들지」
「응. 그 점에서는 확실히.」
어찌 들으면 비비꼬인 듯이 들릴 수 있는 말이었지만 평소의 내 이미지나 자연스러운 말투 덕에 그렇게 기분 나쁘게는 들리지 않은 듯 했다. 물론 여기서 더 이야기 하면 좋겠지만 이제야 말로 헤어질 시간~
「아 미안.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그럼 좋은 하루보내.」
그 말을 끝으로 교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복도를 걷는 내내 조용했다. 하긴 이 시간에 오는 녀석들이야 대부분 부활동 때문에 교실에 남아있을리 없겠지. 그런 마음으로 교실 이르자 의외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팔자 좋은데 에미야. 부활동 그만두고 나서 뭘 하고 있나 했더니 아직도 류도한테 알랑대고 있는거야? 나한테는 상관없지만 말야, 우리 평판을 떨어뜨리는 짓은 하지 말아줘. 너, 지조 없으니까 말야.」
내게 말을 건넨 녀석은 중학교 시절부터 사귀어 온 친구인 마토우 신지. 마토우라는 성을 보면 아겠지만 사쿠라의 연년생 오빠이기도 하다.
저쪽 세계에 있을 때는 신지 녀석 내게 말도 걸어오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전혀 다른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쪽의 나는 신지녀석에게 상당히 물렀나보군. 허나 등교 첫날부터 싸워봤자 좋을 건 없으니 좋게 넘어가야 겠지...
「평판을 떨어뜨릴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
그런 내 말에 신지는 비웃음으로 얼굴을 물들였다. 허나 단순히 내 말을 단순히 비웃기 이전에 상당히 신경질이 돋혀있는 모습이었다.
「당연이 그러셔야지. 흥.」
보아하니 어디서 여자에게 차이기라도 한 것같은 모...오오라. 그런 것이로군. 대충 이해가 갈것 같다. 신지 녀석은 이렇게 보여도 상당한 외모에 여자에게는 친철한 면을 갖추어 교내 여학생들 사이에서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다.
그런 신지가 여학생에게 차였다. 그리고 교내 최고의 미인 중 하나인 토오사카에게 아침부터 귀찮게 달라붙었던 녀석이 있었다. 결국 모든 퍼즐이 맞추어지는 느낌이다.
하긴 토오사카라면 신지 녀석이라도 차버릴 때는 가차없었겠지. 아침부터 툭툭 쏴대는 신지 녀석의 말투는 마음에 안 들지만 같은 남자로써 여자에게 차였다는 그의 상황에 동정이 간다.
「너...은근히 열받는 생각하지 않았어?」
「아니. 그저 요새들어 궁도부는 안정됐나 싶어서 말이지.」
「다..당연하지! 외부인에게 말해봤자지만, 튀고 싶어하는 녀석이 하나 줄어서 평화로워졌다구. 다음 대회도 괜찮은 데까지 갈 거야!」
「역시나 미츠즈리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아? 무슨 엉뚱한 소리 하고 있냐? 궁도부가 기록이 좋아지고 있는 건 당연히 내가 있기 때문이잖아. 에미야 너 이제 부원 아니니까 아는 척 지껄이다가 욕 먹는다.」
그렇게 말하는 녀석이 이 시간에 궁도부가 아닌 이곳에 있다니...뭐 그것이 신지답긴 하지만..
「아 충고 감사히 받도록 하지. 물론 궁도부에 볼일은 없으니 관계될 일도 없겠지만 말야.」
미묘한 뉘앙스의 말과 함께 가방을 책상에 놓고 의자에 앉았다.
「뭐야 그거. 내 궁도부에는 흥미가 없다는 말이야?」
「흥미가 아니라 볼일이야. 이제 부원이 아니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도장에 가는 거 이상하니까. 하지만 와주길 바란다면 시간은 내볼게.」
「흥. 그..그럴리가 있겠냐. 너는 이제 외부인이니까 도장에 가까이 오지 마!」
신지는 으르르렁거림을 끝으로 교실 밖을 나가버렸다. 아마 수업 전까지는 들어오지 않겠지. 허나 그것도 나름대로 좋을 려나...
hr시간은 후지무라 누나의 영향탓인지 폭풍과도 같은 전개였다. 너무나도 엄청났던지라 기억나는 건 '6시 폐문이니 일찍 돌아갈 것' 정로랄까.
오랜만에 학교에 들렸다고는 하지만 주변 이들의 몸은 괜찮냐는 질문세례만 있었을 뿐 평소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하루 수업이 끝났다.
평상시라면 학교가 끝나는데로 아르바이트에 매진했겠지만 오늘은 사고휴우증이 있을지 모르니 푹 쉬라는 통보를 들었다. 그렇기에 정말 오랜만에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에 돌아가게 되버린 것이다.
「이왕 돌아가는 거 조금 쉬었다가 사쿠라와 함께 가도록할까.」
이왕이면 궁도부에 가서 기다리는 게 좋겠지만 신지 녀석이 툴툴 거릴걸 생각하면 골이 다 아프다. 그럼 최선책은 사쿠라네 교실에서 기다리는 걸까.
허나 그것도 모양새는 좋지 못하다. 사실 사쿠라는 1학년 중 당연 톱이라 할만큼 미인이거니와 그런 그녀를 노리고 있는 녀석들도 상당하다. 그런 상황에 비록 절친하다고는 하지만 애인도 아닌 내가 사쿠라네 반에서 기다린다라..나는 상관없지만 누가 보기라도 하면 사쿠라가 곤란할 것이다.
「신지 녀석이 걱정이긴 하지만 궁도부라면 어차피 인연도 있는 곳이니 그런 오해는 없겠지. 거기다 오랜만에 활도 쏴보고 싶고.」
결국 그렇게 정한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다. 마음 가는대로 몸 가는대로 궁도부로 향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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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상만큼은 원작과 비슷하게 가는 듯 하면서도 오리지날로 가고 있는데 글실력이 미숙해서 잘 표현이 안되네요. 재미있게 봐주시길.
작성일 : 2007년 8월 8일
# by 카타나 | 2008/01/01 01:13 | [팬픽] '페이트(Fate)' | 트랙백 | 덧글(2)
2008년 01월 01일
모든 힘을 잃고, 내 육신은 마비되어간다. 마치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을 힘이 전신을 관통하는 것 같다. 허나 그런 느낌도 조금씩 사그러 든다.
아버지가 죽은 이후 벗이자, 사부가 되어주었던 이들. 그들을 돕기 위해 달려든 시점에서 여전히 이런 상태다. 주변은 온통 암흑뿐. 그랬기에 눈을 뜨고 있지만 제 역활을 기대하긴 어렵다.
얼마나 지났을지 모를 어둠이 계속되고 있기에 지루할 만도 하 것만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이 상황과 공간이 편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그래 없다. 이른바 무감각. 그 자체인 것이다. 그저 이 무감각에 몸을 맡기고 때를 기다린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기다리는 것. 내가 원치 않아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도 기다리는 것. 기다림은 나를 지탱하고 있는 유일한 것이겠지.
허나 너무 오래 기다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여전히 어둠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까와는 다르다. 지금의 어둠은 내가 방금 전 느낀 시작한 강렬한 빛을 못 이겨 눈을 감았기 때문이니까.....
미약하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을까요?」
「외상은 거의 없으나 아무래도 머리에 받은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거기다 오랜 시간이 지났던 건지 눈을 뜨려하나 그 강렬한 빛 때문에 제대로 떠지질 않는다. 결국 시간의 경과를 기다리자 자연스럽게 떠져버린 눈은 위를 향하고 있었다. 눈같이 새하얀 그렇기에 안정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전해주는 천장이었다.
「그럼 선배는 이대로 깨어나지 못한다는 건가요?」
물음을 띄고 있음에도 절대적인 부정을 담고 있는 말이 울음과 뒤섞이고 있었다. 정겨운 목소리. 그렇지만 이런 울음 섞인 목소린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글쎄요. 저희로써도 확실히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아마 의사로 보이는 남자는 계속하여 곤란한 듯이 말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 이야기의 대상은 나인 모양인데...내가 그렇게 심한 상태인걸까. 하지만 난 이미 눈을 뜨고 있는 걸...
「시로...시로...시..」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이 목소리도 정겹다. 다만 평상시에는 그토록 힘이 넘쳤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절망감 투성이다. 그렇다면 한가지 밖에 남지 않았군. 근데 깨어나자마자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
「.....그만 울어. 계속 울면 타이거라고 할 거다.」
내가 잘 나오지 않는 말을 억지로 꺼내자 절망으로 가득했던 병실의 분위기가 급전환 된다.
「시로, 시로 깨어났구나!」
「선배!」
평상시라면 ‘타이거가 아니야’라고 외쳤을 후지누나는 기쁨과 놀라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가까이하며 눈물을 쏟고 있었다. 그것은 옆에 서 있는 사쿠라도 마찬가지.
아아. 울려버린 건가. 울리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입가에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아까전의 일그러진 모습보다 훨씬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나도 지금 내가 줄 수 있는 최상의 보답을 해주어야지. 나는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어주었다.
「선배! 식사는 충분히 하셔야죠.」
국에 젓가락을 넣은 체 휘휘 젓고만 있는 내 모습에 사쿠라가 충고를 해왔다. 허나 혼을 낸다기보다는 사심 없는 걱정만이 느껴졌다.
「미안. 식욕이 없어서.」
그런 내 말에 사쿠라는 몇 번이고 식사를 권했고 나는 그 걱정에 보답하고자 간단이나마 식사를 마쳤다. 그제야 사쿠라는 만족스러운 듯한 기색을 비추어주었다.
사쿠라에게는 식욕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그 말에는 거짓 한 점 없었다. 허나 왜 식욕이 없는지는 밝히지 않았고 만약 묻는다면 거짓을 말해야 할 것이다.
아마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서 그런가봐’라고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괜스레 사쿠라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학업이나 부활동 만으로도 힘들 텐데 이렇게 꼬박꼬박 내 병문안을 와주고 있는데, 그런 아이에게 거짓말을 할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선배 요새도 식욕이 없으세요?」
「아,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서 그런가봐.」
미리 생각하고 있던 만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대꾸했다. 그러한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했으나 사쿠라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마 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는 날 걱정한 거겠지. 저런 사쿠라를 보고 있으니 진실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나의 그런 생각과 달리 현실은 그것을 사정없이 부정해버린다.
‘사실 난 다른 차원에서 왔어’라니 과연 이 말을 누가 믿는단 말인가. 아마 그 말을 하는 즉시 정신병원 행일 것이다. 거기다 이 사정을 말하기 위해서는 사쿠라에게 내가 마술사라는 사실도 말해야 한다. 허나 마술사란 자신을 숨기는 자들. 결국 그러한 생각은 생각에서 끝내야 할 뿐인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 깨어났을 때는 내가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허나 사쿠라, 후지누나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내 기억과 그들의 기억이 어떤 부분에서는 작게, 어떤 부분에서는 무척이나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설마 하는 심정으로 내 사부중 한 사람이었던 글라우코스(Glaucos)에게 익힌 사이코메트러 마술을 시전 한 결과 이 차원의 나와 지금 말하고 있는 나는 전혀 다른 존재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글라우코스들과의 싸움에 휘말렸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난 차원이동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차원이동이라니...이건 더 이상 마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 굳이 말하자면 마법 그 자체라고 할까.
설마 아버지-키리츠구-의 말대로 글라우코스는 마법에 다다라있었던 걸까? 아니면 순전히 우연? 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혼자서 답을 내기는 무리였다.
거기다 돌아가고 싶다고 해도 내가 차원이동이라는 마법의 영역을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결국 그쪽에서 찾아 올 때까지는(찾아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세계에 머무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허나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이대로 병원에 가만히 있는 것도 사절이다. 어차피 돌아갈 수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내가 머물 이 세계의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먼저...
「사쿠라.」
「예. 선배?」
「지금 당장 후지누나에게 이야기해서 퇴원수속을 준비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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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5차 성배전쟁을 배경으로 하데 ‘강한 시로’, ‘호전적인 성격의 시로’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랬기에 처음에는 그저 평행세계를 바탕으로 쓰려했으나 전혀 다르게 성장한 시로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페이트 세계로 왔을 때의 괴리감을 나타내보고 싶어 ‘차원이동’이라는 마법의 경지의 설정을 도입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차원이동 이전에 시로는 고등학생이다 보니 이른바 이고깽`(이세계고교깽판물)이라는 심오한 장르!!가 되어버리더군요... 허나 어차피 그쪽으로 쓰기로 한 바 단순한 깽판이 아닌 즐거운 깽판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으음?!)~
작성일 : 2007년 8월 8일
# by 카타나 | 2008/01/01 01:07 | [팬픽] '페이트(Fate)' | 트랙백 | 덧글(2)
2008년 01월 01일
드디어 저도 본격적인 20살이 되었군요. 앞으로 대학생활할 것을 생각하니 걱정반 기대반입니다(그전에 살부터 빼야...). 어쨋든 새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많은 계획(계획으로만 끝날..크흠..)과 다짐(마음만으로 끝날...)이 떠오르는군요. 부디 그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든 분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by 카타나 | 2008/01/01 00:59 | 트랙백(8)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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